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 장성민 전 의원(민주당)은 29일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간의 독도분쟁과 관련, “이는 동북아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전략이자 국제사회에서 유리한 입지를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동북아 주변국가들과 논쟁 중에 있는 영토문제를 국제화시켜 국제여론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전략”이라며 이같이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장 대표는 또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감소추세에 있는 플루토늄연료 이용계획을 확대하고 있으며, 원료보유 및 기술에 관한 한 언제든지 핵무장이 가능한 국가라는 사실을 우리는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다음은 장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일본은 왜 독도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인가.
▲일본의 독도 영토 분쟁을 단순히 한일간의 문제로 국한해서 보거나, 아니면 일본의 한반도 전략과 정책으로 제한해서 해석하는 것은 주변국가로서의 일본의 세계전략을 너무 편협한 시각에서 폐쇄적으로 보려는 또 하나의 21세기형 조선말기 증후군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최소한 대한민국이나 중국보다 100년 앞서 개혁개방 정책을 펼쳐 왔던 나라다.
미국의 함포외교로 문을 열게 된 일본은 총과 포를 자기화시켜 활과 돌로 개혁개방의 문을 닫아 버린 조선과 주변국들을 침략해 식민지화시키는데 성공했던 나라였다.
지금도 일본은 동양과 세계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국제평화활동에 나선다는 명분으로 자국의 군사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더구나 일본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유엔 재정분담금을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상임이사국들보다 많이 지원해 왔다.
그리고 제3세계국가들에 대한 개발원조지원금(ODA)도 대한민국과 중국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액수를 지출하여 지원해 왔으며, 그 결과 국제사회는, 특히 개발도상국가이거나 약소국가 일수록 국제사회에서의 일본의 역할 확대를 환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일본은 중국과 남북한을 제외한 세계 모든 지구촌 국가들을 구석구석 돌면서 경제적 지원을 해 왔다는 말이다.
이것은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해 10여년 이상을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미국의 강력한 ‘일본 필요론’과 더불어 미국의 ‘절대 지원론’이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후원 하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는데 성공하게 되면, 독도문제를 국제문제화 시켜 이를 유엔의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 유엔에서의 유리한 ‘힘 우위’의 여론을 활용해 독도문제를 선점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동북아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전략이자 국제사회에서 유리한 입지를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동북아 주변국가들과 논쟁 중에 있는 영토문제를 국제화시켜 국제여론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일본이 독도분쟁 등 동북아지역에서 주변국가들과 영토분쟁을 일으켜 얻는 이익이 무엇이겠는가. 또 미·일 공동의 적국이던 소련의 붕괴 이후 오히려 미·일동맹관계가 강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은 대외정책에 있어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대처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가기로 선택한 것이다. 미국, 유엔, 아시아 외교를 병렬적 3대축으로 해 왔던 전후 일본의 외교정책은 미국과의 동맹강화를 제1로, 그리고 유엔과 국제사회로의 진출을 제2로, 그리고 아시아 외교를 그 아래에 놓는 선택을 했다. 아시아도 미국을 통해 접근해 들어가겠다는 통미입아(通美入亞) 형 발상인 것이다. 일본은 동양 속에 있지만 G7회원 가입국이란 사실을 한국과 중국은 망각하고 지낸다. 사무엘 헌팅턴 교수가 ‘문명의 충돌’이란 논문에서 일본은 한국과 중국이 속해 있는 아시아적 한자 문명권이 아니라 독자적 문화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 일본은 지정학적으로는 동북아에 위치해 있지만 동북아 국가들과 가장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지낸다.
일본은 중국에 대한 외교정책과 북핵문제에 대한 전략을 모두 미국의 정책에 맞추고 있지 아시아적 정서에 기반한 정책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
일본에게 동북아는 항상 대륙진출을 위한 교두보이자 정복의 대상이지 공존의 지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로 냉전기 미국과 일본의 공동 적국이던 소련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미·일은 1997년 ‘신(新) 가이드라인’을 체결하는가 하면, ‘TMD(Theater Missile Defense)’의 공동 추진 등 미·일 안보동맹체제는 오히려 더욱 강화돼 왔다.
특히 헌법상 군대를 가질 수 없는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는 미·일동맹 강화를 빌미로 군사적 역할의 확대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일 동맹의 강화현상 속에서 일본의 역할은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다. 그동안 일본은 평화헌법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경제력에 상응하는 군사대국이 되기 위해 점진적이고도 지속적인 군사력 및 국방비의 증강을 꾀해 왔다. 현재 일본의 경제력은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이며 국방예산은 사실상 미국, 러시아에 이어 3위의 수준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감소추세에 있는 플루토늄 연료 이용계획을 확대하고 있으며, 원료보유 및 기술에 관한 한 언제든지 핵무장도 가능한 국가란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고 살아야 한다.
이제 21세기의 일본은 전쟁의 반성을 통해 평화주의로 일관하던 모습이나 아시아에 대한 죄책감으로 못 이기는 척 조심스레 현실주의를 추구하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리더로 재규정하려는 적극적 현실주의를 추구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일동맹강화는 미국이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재정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중국의 세력확장을 막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는가. 따라서 미국은 일본을 단지 동북아지역 동맹국가 정도로 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는 않다. 미국은 이미 일본을 동북아지역 동맹국가로 보지 않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가질 수 있는 국가로 보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유럽의 영국, 중동의 이스라엘, 동북아의 일본 이 세 나라는 미국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갖추고 있는 나라들이다.
일본 역시 미국과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지향하고 있다. 일본 방위 위주의 냉전기 미·일 동맹은 탈냉전기에 접어 들면서 지역동맹으로 전환했고, 이것이 9.11 이후 세계 속의 미·일동맹으로 거듭나고 있다. 일본은 국가 안보로부터 국제안보로 시야를 넓히면서 국제사회에 대한 공헌을 통해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로 연결시켜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지자로 행동해 왔던 일본이 미국과 함께 국제적 안정화세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일본 정부는 2005년부터 향후 10년간의 안전보장 정책의 기본 지침과 방위력 정비의 원칙에 관한 새로운 방위 계획의 대강을 각의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 내용은 무엇인가.
▲신방위계획대강(이하 신대강)은 1976년 10월에 최초로 제정되고 1995년 11월 1차 개정된 방위 계획의 대강이 새로운 안보 환경의 도래와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올해 2차로 개정된 것이다.
신대강은 일본의 위협인식 변화를 담고 있는데 그 하나는 새로운 위협의 등장으로서 국가간의 군사적 대립의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 반면, 국제테러조직 등 비국가 주체에 의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량살상 무기, 탄도 미사일의 확산, 국제테러조직의 활동 등을 포함한 새로운 위협과 다양한 사태에 대한 대응을 중시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국가간 전통적인 위협으로서 북한과 중국을 구체적으로 거명하고 있다.
한반도 및 대만해협을 둘러싼 위기를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란 추상적 개념으로 표현했던 95년의 대강과는 달리, 신대강에서는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지역의 중대한 불안 요인이라고 명시했고, 중국의 군사력 증대 및 해군 활동 범위의 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른 일본의 전략은 국제 안보 환경의 개선, 통합적인 안전보장 전략, 다기능에 부합하는 탄력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위력 구상이다.
-그러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우리는 이러한 일본과의 관계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위해 북한 핵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면서도 미국을 지역의 안정적 균형화세력으로 묶어두는 노련한 외교전략을 펼쳐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일본 모두와 우호적인 협력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외교정책도 필요한 시점이다.
제정책은 실패해도 나라를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정책은 실패할 경우 나라를 잃게 된다. 고종 말기 대한제국이 식민화 됐던 역사적 기록을 갖고서도 우리가 왜 지난 과거를 잊고 사는지 모르겠다.
현정부의 외교정책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우리는 모든 주변국들과 적대적 관계에 놓이고, 결국 ‘왕따’국가가 되지 않을까 무척 염려스럽다.
현 정부는 대일 외교정책과 전략 그리고 이러한 정책과 비전을 실천할 수 있는 원칙과 노하우가 모두 상실된 정부인 것 같다. 외교가 없는 고종의 대한제국 말년을 보는 것 같다.
일본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영토분쟁을 초래하고 중국이 동북공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우리의 역사주권과 영토주권을 치고 들어온 것은 그들의 오만한 제국주의적 속성과 근성도 한 몫을 하고 있지만 더 큰 원인은 우리의 외교력이 무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소위 외교적 리더십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약한 국가를 강한 국가가 공격해 들어오고 있다는 말이다. 외교와 국제관계의 현실은 자연의 생존법칙과 같다. 국제정치의 현실은 법과 제도 그리고 이상이 지배하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힘이 지배하는 권력의 무정부상태란 것을 망각해서는 곤란하다.
일본이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과 맞서려 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은 중국과 미국을 어떻게 끌어안고 이를 우리 국익에 맞게 활용해 나갈 것인가 하는 미·중시대의 한반도 전략을 준비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강화되고 있는 미일 동맹이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20세기초 영·일동맹의 재판이 되지 않도록 하는 외교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며, 북한을 21세기형 위협으로 규정한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한국이 어떻게 북한에 대한 인식의 갭을 좁힐 수 있느냐 하는 전략수립이 시급하다.
미·일동맹과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가 궁극적으로 우리 한반도에 어떤 영향과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독도를 지키기 위해 손가락이나 자르고 독도에 관광선을 띄우는 정부정책으로는 영토주권을 보전할 수 없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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