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혜훈(서울 서초갑) 의원은 14일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심 끝에 정치입문 결정을 내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경제가 전문 영역이다. 그런 그녀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사실 그가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은 무엇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컸다.
그는 국가 재정팀 일원으로 일할 당시 법안과 관련된 정치인을 만나 설득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생각보다 복잡한 절차로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번번이 좌절을 맛봐야 했다고 한다.
당시 이슈로 부각됐던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 상임위 소속 15명의 국회의원을 만나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간신히 상임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는데 설명을 시작하자마자 관심은커녕 주무시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면서 “더구나 문제점에 대해 알 필요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술회했다.
물론 이 의원에게 그런 모습은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결국 4개월여에 걸쳐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의원들로부터 도장하나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정치현실 앞에서 그는 ‘정치입문’이라는 무서운(?) 결심을 하게 된다.
이 의원은 “이럴 바엔 차라리 직접 법안을 다루는 쪽을 택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결심한대로 직접 법안을 제출하기 국회의원이 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야당 의원의 한계 때문인지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지역구 의원의 역할이 그를 만족하지 못하게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의원은 활발한 정책 활동으로 국회 내에서도 상당히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데 지역구 관리활동이 이 의원의 의정활동 가운데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시간을 아껴 정책활동을 한다면, 그의 진가는 더욱 빛이 날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막상 정치에 입문해 보니 정책 정치인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정책만으로도 시간 없는데 지역 계모임에도 참여해야 하는 지역구 의원의 현실이 힘에 부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또한 “외부 전문가들이 정치에 입문해서 다분히 소모적인 일에 시간을 뺏기지 않는 정치적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며 “우리 지역의 경우 재건축 문제로 인한 휴교 문제, 잔류 학생 학교 재배치 문제 등을 간담회 등을 통해 해소하려고 의원을 부르는 것은 좋지만 개인적 일에 부르는 것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인을 소모적인 일로부터 놓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재벌 옹호당’이라는 낙인이 찍혔던 한나라당에 ‘서민정당’ 이미지를 제고시킨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이 의원은 지난 8일 공공임대주택이 민간업체 부도에 따라 세입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 임대주택 세입자 보호를 위한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및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의원은 이날 부도 임대주택 경매시 세입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해 당장 길거리로 나앉는 최악의 상황을 막는 우선매수권제를 도입하는 한편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에서 부도 임대주택을 인수해 무상 또는 장기저리로 임대하는 방안과 함께 민간기업이 인수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포함하는 내용의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및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의원은 보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 조세특례제한 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이 의원은 아울러 지난 2월 국회에 발표한 민생살리기 7대 과제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부도 임대주택에 대한 정책추진 과제의 결론을 6월 국회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재차 표명했다.
이 의원은 10여년 경제 전문가로 쌓은 역량을 보여주는 정치 현장 사례도 많다.
특히 행담도게이트 진상조사단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이의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성을 발휘, 주위의 눈길을 끌었다. 그중 교원공제회나 우정사업본부가 계약내용조차 모르고 투자를 결정한 사안을 관련자들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현장 조사 당시 질의를 통해 밝혀낸 부분도 이의원의 예사롭지 않은 정치 역량을 보여준 대목이다.
또한 이 의원은 재정문제 전문가답게 “지방자치 핵심은 재정자치”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비록 재정 자립도가 열악하다고 해도 재정에 관한 한 지방자치에 위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정자치를 외면하면서 균형발전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치안이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지차제 작동원리의 근본”이라면서 “지자체 경쟁을 통해 주민을 유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중앙정부의 통제가 많아 지자체가 주민을 유인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 ‘바람직한 후보상’에 대해 “후보의 지난 경력을 살필 필요가 있다. 전문적 경험을 쌓은 후보가 필요하다. 행정관료나 CEO 등 전문직종에서 자기 경력을 쌓은 분이 필요하다”고 거듭 ‘경륜’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령대는 의미 없다. 충분한 경륜을 갖추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그는 “노무현 정부를 보면 비판자 견제자로서의 역할은 했지만 국정운영 경험이 없어서 이념적으로 치우친 생각만으로 밀어붙이니 부동산 문제 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정당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의원은 “단체장으로 출마하려면 조직의 직접 경험이 없는 사람은 문제가 있다”며 “정당인으로만 살아온 사람은 공무원 조직의 원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행정운영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여성의원으로서 정치활동하는 데 있어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의원은 “본능적으로 사람들이 여성의원을 주목해준다. 존중 여부는 제쳐놓고라도 우선 주의가 환기된다는 부분은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여성 의원은 꼬장꼬장하다. 원칙주의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오히려 그것이 장점일수도 있다”며 “원칙에 충실한 여성의원들의 특성이 의정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연이나 보스가 없기 때문에 소신대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점이 여성정치인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의원은 종종 당론과 배치되는 소신으로 강단을 보여주기도 한다.
행정도시건설특별법을 당론으로 결정할 당시 당내에서 제일 먼저 반대표를 던지고 나와 눈길을 끈 것도 바로 이런 소신 때문이다.
이 의원은 “너무 세세한 문제까지 당론을 정하면 안된다”면서도 자신의 정책방향이 “크게 당론과 다른 부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