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의원은 이날 ‘최근 청와대 보좌진이 자주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여론은 상당히 비판적’이라는 기자의 지적에 “사실 청와대 보좌진은 그림자에 불과하다”며 “그런데 집행부가 역할을 못하게 전면에 나서는 것은 책임에 대한 혼선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또 “청와대 보좌진들은 역할과 책임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했으면 좋겠다”면서 “전체적인 국가의 큰 틀은 행정 부처가 중심적으로 역할하고 그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이어 “기존 행정조직 불신 때문이겠지만 더디더라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의원은 특히 “각종 위원회가 집행기구 역할을 하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혼란만 가중시키게 된다. 부동산 문제만 해도 왜 담당 부처는 제쳐두고 청와대 보좌진이 중심이 돼 풀려고 하는가. 대통령 의중과 맞지 않더라도 기존 부처 중심으로 행정을 펼쳐야 된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올들어 전국적으로 최고 기온을 기록한 지난 20일, 2박3일동안 경북 영천에서 농촌봉사활동을 벌여 세간의 이목을 모은 바 있다.
이번 농활은 현역 국회의원들이 직접 참여하기로는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로 여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팀장으로 농활팀을 이끌었던 노웅래 의원은 “정치적으로 열린우리당의 척박한 토양이라고 할 수 있는 경상도 지역이라 주민 반응 등 솔직히 두려웠다. 특히 과거 정치 풍토처럼 생색내기 일환인 행사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4대째 서울토박이로 살아온 저로서는 농촌 일을 잘 알지 못한다는 점도 개인적인 부담이었다”고 출발당시의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
실제로 노 의원은 도착 첫날부터 곧바로 포도밭 작업장으로 직행해 새순치기 작업을 했으나, 농장 주인으로부터 “새순과 영근 순도 구분하지 못하는 색맹이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날 노 의원은 포도밭 작업에 이어 곧바로 800여마리의 소가 있는 축사로 가서 분뇨처리작업을 벌여야 했다.
노 의원은 “축사가 있는 마을은 100여가구 3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인데, 일손 부족으로 분뇨처리가 안돼 축사마다 소똥이 10센티 이상 쌓여 있었다”면서 “곡괭이와 부삽을 동원해 2시간 반 동안 작업 끝에 겨우 일을 마칠 수 있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 의원은 “대학 다닐 당시 농활이 ‘장난 반 호기심 반’이었다면 이번에는 어려운 농민들과 공감감대 형성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만큼, 강행군 일정에 비해 얻은 것이 많은 만큼 만족감도 크다”며 환하게 웃었다.
다음은 노 의원과의 일문일답.
-목표했던 대로 이번 농활을 통해 농민들과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는가.
▲ 2박 3일 동안의 짧은 시간으로 무슨 큰 결과물을 갖는 것보다는 농민들과 공감대 형성과 일체감을 갖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농민과의 대화를 통해 여론을 수렴했다. 영천 지역 주민들은 혁신 도시 지정에 대한 열망이 매우 컸다. 감정적이나 정서적인 접근방식이 아니라 굉장히 구체적인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민원이었기 때문에 더 적극적인 상황이었다.
우리가 농활을 벌인 지역은 비교적 소득이 높은 지역이다. 복숭아 산지 전국 1위, 포도 전국 2위에 목축 사정도 좋은 곳이었다. 그러나 50대 이하의 주민은 십여명에 불과했다. 농촌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청장년의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현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농활을 통해 농민들로부터 정치권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었던 점은 큰 수확이다.
특히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반감을 우려했으나, 열린우리당에 대한 정서적 반감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최근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는 지역구도 타파와 국민 대통합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실감 할 수 있었다. 환대해준 주민들께 감사드린다.
-노 의원은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전직한지 1년이 넘었다. 현재의 심정은 어떠한가.
▲인간은 저마다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기자보다도 크고 묵직한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기분이 든다. 그런 만큼 책임감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다. 기자일 때는 명분과 원칙에 따라 행동하고 기사를 작성하면 됐지만, 정치인은 명분과 원칙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국민여론이 판단의 주요 잣대가 되기 때문에 늘 긴장할 수밖에 없다.
기자도 그렇고 정치인도 그렇고 소명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공익적 일을 한다는 것은 같지만 정치가 훨씬 더 많은 것을 요구받는 것 같다. 기자 때보다 힘들지만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선택한 정치인의 길은 계속 갈 것이고, 소신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전통적인 여당 텃밭으로 분류되던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조차 지금은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에 무려 10% 가까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탈권위’라는 측면에서 권한을 하부조직으로 이양하고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이 시대적 선택이라는 점에서는 참여정부의 업적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도하게 집행되면서 과도기적인 혼란이 생겼다.
즉 ‘탈권위’의 과도한 집행에 따른 리더십의 한계가 문제였다. 좋은 목적과 취지 등 대부분 인정하지만 속도면에서, 그리고 방법면에서 치밀하고 정교하지 못했다. 이런 점들이 국민들에게 혼란으로 비춰졌고 여당의 지지율 저하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그러나 지금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해결에 있어 연정이나 개헌 등 정치공학적인 해결접근법보다는 민심을 정확히 읽고 큰 욕심 내지 않는 진정성을 국민에게 보인다면 여당에 대한 지지율회복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당은 다 망가진 집이 아니다. 조금만 더 리더십을 발휘하면 곧 회복될 수 있다.
-서울 지역구 의원으로서 지지율회복 방안을 위해 노 의원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특히 수도권의 경우 행정수도 공공기관 이전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여당 인기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강북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보고 뉴타운 관련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지역균형발전위원 국회의원모임에서 주거환경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인연으로 전문가 그룹과 함께 특별법 제정 작업을 하고 있는데 초안이 현재 80%정도 완성된 상태다.
주 내용으로는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뉴타운 사업이 강북개발의 한 수단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조례에 근거해 추진하다보니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따라서 강북개발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관련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강남 부동산 가격 상승 및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주민 박탈감 해소는 물론, 강남북간 불균형 해소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내년 5월 지방 선거가 중요하다. 승산이 있다고 보는가.
▲후보들이 선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큰 기대하지 않고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자세로 임하면 그리 어려운 싸움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지금 당장은 굉장히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 상황은 수시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 정확한 민심을 파악해서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현재 지역 돌면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때때로 욕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주민들과의 스킨십을 통해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의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도시락 전달 봉사도 참여하면서 지역민들과 정서적으로 결합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내년 선거를 앞둔 노력의 일환이다.
지방선거 후보로 적합한 조건은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임을 감안, 지역현안에 밝거나 지역에서 신뢰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전문성까지 겸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신문법 발효 첫날인 27일 개정안을 제출했다. 문광위 소속 의원으로서 심 의원의 개정안을 어떻게 보는가.
▲심 의원의 개정안 내용은 기존 언론의 행태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의 개정안일 뿐이다.
신문법 등은 내부적으로 상임위 통과 이후 법률 소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자구 수정’까지 거쳤다. 마지막 의결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략적 판단에 의해 퇴장해놓고 이제와서 “문광위 소속 의원들의 법안 심의권을 무시한 채 개정 절차와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신문법 내용이 전체적으로 수위가 낮아진 것도 여야가 합의과정을 거친 증거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는 것은 정치도의를 어기는 짓이다. 특히 언론의 기존 문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심 의원의 개정안은 신문법 개정논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많다. 기본적으로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언론병폐에 대해 질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노사공동위원회 설치만 해도 심의원의 주장처럼 ‘노사 동수 구성’을 강제한 것이 아니라 노사가 협의해 위원회를 구성하라는 임의조항이다. 독과점 규정문제도 그나마 언론의 특수성을 감안했기 때문에 기존 상품이 50% 넘으면 독과점으로 규정하는 것에 반해 30%, 60%로 정했다.
공동배달제 문제는, 신문사 지국간 경쟁이 살인사건을 불러올 만큼 이미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상태다. 유료 구독률 48%에 불과한 현실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공동배달제로 유통비용을 줄인다면 신문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텐데 이를 하지 말라는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과 책무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
언론 피해구제법과 관련 제3자가 나설 수 있도록 한 것은 개인의 경우 언론의 힘이 두려워 실질적인 피해구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감안한 것이다.
심 의원이 기존 기득권을 지닌 언론의 입장과 편의에 맞추려다 보니 이런 식의 개정안이 나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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