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의원은 이날 시민일보의 인터뷰에서 “특히 지난 2003년 10.29 대책의 실패와 과잉유동성 공급 등 현 정부의 3대 원죄에서 부동산 문제가 촉발됐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10.29 대책의 경우 재건축규제, 분양가규제 등 공급을 억제하는 반시장적 대책으로써 선호지역의 아파트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계기로 작용했고, 현 정권의 반기업 정서로 인해 불확실성이 증가, 기업설비가 위축된 데다 자금시장에 과잉유동성을 공급,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은 ▲전국적인 주택공급 대신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주택공급 ▲투기지역과 투기목적에 국한된 양도세 강화 ▲저소득 고령가구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감면 ▲분양권제한의 전국확대 ▲점진적인 보유세 인상 등 시장친화적인 부동산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부동산문제가 노무현 정권의 3대 원죄(原罪)에서 시작됐다는 게 무슨 뜻인가.
▲우선 정부는 혁신도시 등 개발계획을 남발해 땅값을 들쑤셔 놓았다. 또 지난 2003년의 10.29 대책은 공급이 악화되는 자충수였다. 특히 정부의 반기업 정서가 돈 흐름을 외길몰이하는 것도 주요한 원죄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개발계획을 남발했다고 보는 근거는.
▲혁신도시, 기업도시, 행정중심도시,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각종 개발계획을 쏟아내 토지가격 급등을 촉발했다. 건설교통부도 “저금리 상태의 지속과 부동자금의 부동산 시장으로의 유입 및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뉴타운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 추진 등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가가 상승했다”는 지가동향을 발표한 바 있다.
혁신도시는 9월말 11개를 선정할 예정인데, 30여 거론지역의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또 기업도시로 전남 무안, 충북 충주, 강원 원주, 전북 무주 등 4개 시범 사업지를 선정했고, 176개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도 확정된 상태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무분별한 개발에 대해 속도조절부터 해야 한다.
-10.29 대책이 선호지역의 공급부족을 야기해 가격 상승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우선 지난 2~3년간의 정책이 주택부문에 대한 자본의 흐름을 저해함으로써 주택공급을 위축시키고 말았다. 실제로 건설산업연구소는 정부의 소형주택의무건설, 재건축 임대주택 의무건설 강화 정책 등으로 인해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 감소 및 불균형적 가격상승 등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재건축규제 및 분양가 규제가 투기심리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최근의 부동산 문제는 단순히 투기문제가 아니라 노무현 정권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노무현 정권의 반기업 정서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대비 설비투자율 추이를 살펴보면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급증하고 있으나 대부분 금융기관을 거쳐 부동산 시장 등으로 흘러들고 있다.
또 통화안정증권을 비롯한 시중 채권금리는 90년대 이후 연 12% 이상을 유지해왔으나 최근 3%대로 추락했다.
-지금 ‘주택 특히 아파트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주장에 대해 이 의원은 다른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는 말인가.
▲엄청나게 올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강남 등 선호지역의 중대형을 중심으로 불균등하게 오른 것이다. 강남 등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 차별화가 진행 중이다. 최근 2~3년간 강남지역 아파트를 비롯해 대전권 등 일부 개발예정지역을 중심으로 투기세력이 가세하고 있지만, 부동산가격 상승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보지 않는 전문가들이 많다.
강남·분당·판교 등의 경우 학군 등 교육여건, 도심과 쇼핑센터에의 근접성, 교통편의, 자연환경 등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아파트보다 지역개발계획 남발에 따른 토지가격 상승이 더 심각하다. 물론 주택가격이 오르고는 있지만 통계청 가계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도시근로자 평균연소득의 장기추세와 비교하면 오름폭이 덜하다. 국책연구기관인 KDI에서조차 “전국적 또는 광역적 차원에서 주택, 특히 아파트의 가격이 장기적으로 너무 빨리 올랐고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처분소득대비 주택가격배수도 전국평균이 4배로, 국토가 넓은 미국(1.6배), 캐나다(1.3배)에 비해서는 현저히 높지만 일본(3.8배), 독일(3.0배), 호주 (3.5배)에 비해서는 다소 높은 수준일 뿐이다. 다만 대도시에서는 11.3배로 일본 6.3배, 호주 8배에 비해 높은 점은 부담이다.
-현재 정부·여당은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보유세를 올리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나라의 GDP대비 부동산관련 보유세수 비율은 0.6%로 OECD 평균 0.9%, 일본(2.1%), 미국(2.6%) 등 보다는 낮지만 독일(0.4%)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정부 여당의 구상대로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0.1% 수준에서 10%(미국) 수준으로 단기간에 올릴 경우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미국은 주택가격이 가처분소득의 1.6배에 불과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4배(전국평균) 혹은 11.3배(대도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에 비해 실질적인 보유세 부담은 훨씬 커진다.
조세연구원에서도 현행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 주택들의 평균실효세율은 0.3~0.5%에 달할 것이라며 유일한 지방세로 재산세를 부과하는 미국의 경우와 단순비교해 보유세를 올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듭 말하지만 세금을 대폭 올리면 부동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수도권지역에서의 주택가격 급등으로 (종합부동산세) 기준금액을 넘어버린 자가거주용 1세대 1주택자들에게 납세능력 범위를 넘어난 보유세 부담을 지우는 것은 강한 조세저항을 야기하는 반면 처분을 유도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모든 비상수단을 총동원한 반시장적 핵폭탄식 부동산대책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시장수요를 반영하는 시장친화적인 대책만이 해결책이다.
-이 의원은 ‘양도소득세 인상 시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는가.
▲부동산 시장 수요가 매우 강한 시점에서 거래와 관련된 세금을 인상하는 경우, 인상분은 가격에 쉽게 전가되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동시에 급격히 올리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임대주택자 등으로 부담이 전가되고 시장이 원하는 주택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 특히 1가구 2주택 보유자에 양도세를 중과하면 비인기 지역에만 매물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
-종합부동산세를 개인별 합산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위헌논란도 있는데.
▲우선 세대별 합산과세는 혼인과 가족중심의 사회질서를 혼란케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2002년 8월 금융소득에 대한 부부합산 종합과세와 관련, 혼인한 부부를 혼인하지 않은 경우나 독신자에 비해 차별취급하는 것은 헌법상 정당화되지 아니하기 때문에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다. 어떻게 보는가.
▲분양원가공개는 신중해야 한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영업비밀을 공개토록 하는 게 시장경제원리에 맞는지 의문이다. 분양원가에 비해 높은 마진을 붙이고서도 팔 수 있는 것은 시장의 수요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주택의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이 문제는 건설업체들의 담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를 강화함으로써 해결하는게 시장경제원리에 맞는 접근인 것으로 보인다.
또 공영개발 부작용 가능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영개발은 정부가 직접 시장에 사업자로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정부가 직접 사업에 나설 경우 각종 비리가능성, 정치적인 고려, 비효율성 등 부작용에 대해서는 익히 아는 바다. 저렴하게 토지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공공기관들이지만 이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부동산 가격상승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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