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한인수 구청장은 한마디로 ‘뚝심’이 대단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시흥지구(시흥 2·3·4·5동)가 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배경에도 한 구청장의 이같은 ‘뚝심’이 위력을 보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이에 대해 한인수 구청장은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이 시장에게 ‘경기도만 해도 10~20층까지 지을 수 있는데 서울인 금천은 5층 밖에 건물을 올릴 수 없다’고 하소연했더니 이명박 시장이 그 당시 도시계획국장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도시계획국장은 ‘조례가 서울과 경기도가 달라서 그렇다’고 답했다”며 “33년간 묶여있던 풍치지역 해제를 위해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다”고 술회했다.
애초 시흥지구는 2차 뉴타운 지구 선정에서 탈락됐다. 한인수 구청장은 이 시장을 직접 만나 설득하려 했지만 이 시장 주변에서 만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회의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아침 8시에 시청별관에 들어가 당시 원세훈 부시장에게 “뉴타운 탈락을 납득할 수 없다”고 얘기했더니 “시계경관지구 해제가 우선돼야 뉴타운 지정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즉, 시계경관지구를 해제한 다음에 뉴타운이 지정되든지, 뉴타운으로 지정한 다음에 시계경관지구를 해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한 구청장은 “이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차이일 뿐이라 판단하고 우선 ‘시계경관지구가 해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당시 최재범 부시장과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고민한 결과 ‘시계경관지구발전계획구역’이라는 것을 새로 만들어 최 부시장과 같이 들어가 회의 전 틈새를 타서 이 시장의 결제를 받자’는 전략(?)을 수립, 성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인수 구청장은 이 과정에서 최 부시장이 ‘나중에 이 시장이 딴 소리 할지도 모르니까 같이 들어가자’고 해서 같이 들어가 결제를 받게 됐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2005년 5월 시계경관지구가 해제되고, 12월에는 시흥 2·3·4·5동이 뉴타운지구로 지정된 것이다. 물론 건물은 5층이 아니라 30층까지도 건축이 가능하게 됐다.
한 구청장은 “시계경관지구 해제나 뉴타운 지정은 금천구민의 오래 묵은 체증을 해소시켜주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며 “내 뚝심의 9할은 3대를 이어 살아온 고향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이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군부대 이전도 그의 ‘뚝심’이 아니었다면 이루기 힘든 일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한 구청장은 “군부대내에 위치한 준공업지역 가운데 공원은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주거단지는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각각 용도지역을 변경해 줄 것을 시에 요청하고, 지난 2004년 군부대와 타협을 통해 2007년부터 군부대 이전의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나는 가서 부딪히는 것을 잘한다. 내가 한 번 고개 숙이면 30만 구민들이 행복해 지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명박 당시 시장과 서울시 관계자들은 한 구청장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은 당시 측근에게 “한 구청장을 만나 한 가지만 들어주려고 하면, 아예 보따리 째 가져와 곤혹스럽게 만들지만 막상 브리핑을 들어보면 다 해줘야 할 것들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서울시 예산을 책정받을 때 그는 서울시의원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설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금천구에 관한 일이라면 1인100역을 마다하지 않은 한 구청장의 열정과 승부근성이 오늘날 금천의 변화를 일궈낸 원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한 구청장은 현재에 만족하거나 안주하려 들지 않는다.
‘민선4기’를 위한 그의 새로운 구상을 들여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우선 그는 금천구를 서남권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한 구청장은 이미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자신의 구상과 관련해 협조를 확답받은 상태다.
그는 “시흥역~군부대~시흥대로~대한전선 주변 19만8000평의 지구단위계획은 지난 3년에 걸친 노력 끝에 지난 4월 완성됐으나, 독산에서 시흥에 걸쳐있는 공군부대 지역이 약하다”면서 “그러나 구의 중심에 위치한 만큼 신시가지로 만들고 70층 규모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주상복합건물을 만들 계획이다. 도시계획 심의회는 고도를 120m 높이로 제한했지만, 결국 250m(70층 규모)까지 지을 수 있도록 확답을 받아 왔다. 또한 민자역사도 진행할 예정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역 개발 못지않게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도 많다. 그의 환경마인드는 이미 ‘친환경경영대상’ 공공분야 기초자치단체 부문에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면서 입증되기도 했다.
그는 “관내의 안양천의 경우 본래 부르던 이름이 ‘금천한내’였다. 버려진 금천한내를 자전거길, 조깅로, 체육관, 농구장, 게이트볼장, 휴식시설 등을 만들어 맑고 깨끗하게 가꾸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한구청장은 관내에 영어마을을 만들 계획을 수립해 놓은 상태다.
재정 상태를 감안한 금천구만의 독특한 방식이 눈길을 끈다.
한 구청장은 “70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 주인으로부터 1층 전체를 영어마을 용도로 기부체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놓았다”며 “현재 7000평 정도를 확보해 놓은 상태고 시에서 전액 지원해 준다는 약속을 받았고 이미 지침이 떨어진 상태”라고 자랑했다.
정리=지혜진 기자 joo@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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