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박주웅 의장은 최근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좌관제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 빠르다는 지적도 있지만, 왕성한 의정활동이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장은 특히 보좌관제 도입이 단순히 의원들의 편익 추구 차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의장에 따르면 시·도의원들에게 보좌관을 둘 경우 약 300억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물론 적지 않은 예산이지만 시·도의원들이 광역자치단체의 예산낭비를 막고,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할 경우, 그로 인해 절감되는 예산은 그 예산의 수십배나 된다.
따라서 예산절감효과 면에서도 광역의원의 보좌관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박 의장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서울은 작은 정부라해도 과언이 아닌 방대한 조직으로 10만명 이상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20조원에 달하는 예산과 결산을 심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의원 1인당 공무원 900여명을 감당하면서 복잡한 시정과 교육행정에 대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의원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실 의원 유급제 보다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보좌관제가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한마디로 “7대 의원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우선 인턴제도로 인해 의정활동에서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다, 유급화까지 이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와는 마음자세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것.
박 의장은 “그래서 의원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혜택을 받는 만큼 의정활동을 게을리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한다”고 밝혔다.
사실 유급화가 도입된 7대 의회는 그 어느 때보다 그 구성원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의장은 “이번 회기 때만 해도 시정질의에 나선 의원들이 대부분 초선들이어서 은근히 걱정이 됐는데 집행부 공무원들이 긴장할 만큼 날카로운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며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겠느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걱정 말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 의장은 “현재 서울시의원 106명 중 102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잘했다고 선택된 것 보다는 현 정부의 실정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줄 수는 없다. 의정활동을 할 때에 항상 ‘시민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다. 서울시장과 같은 당이지만 2당, 3당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집행부에 대해 상호 견제·조화의 역할을 충분히 하겠다는 뜻”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박 의장은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의장은 “앞으로 의원들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바람막이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집행부에 끌려 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박 의장 취임 이후 서울시의회는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정책세미나, 토론회, 열린의회교실 등도 그의 취임 이후 활성화 되고 있다.
하지만 박 의장의 욕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우선 정책연구원에 대해 초창기 유명무실을 깨고 명실상부한 의원들의 정책 지원의 산실이 되게 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실제로 각 상임위 별로 정책위원을 선발, 조직 재정비에 나선 그는 “7대 의회에서는 정책연구원을 최대한 가동시켜 의회 위상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근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박 의장은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겸손’과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7대 의장의 역할은 지휘자의 역할을 잘 하는 것”이라며 “의장이라고 목에 힘주지 않고 자세를 낮추겠다”고 말했다.
특히 의회가 사조직이 아닌 만큼, 폭넓은 대화로 조직 운영의 기조를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의장실 안 회의석 숫자가 늘어난 점도 이 같은 박의장의 의회 운영방침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대해 박의장은 “의장실에 의자를 많이 배치한 것도 많은 사람들이 의장실에 와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의장실은 일반 시민을 비롯, 집행부 직원들과 시의원들이 즐겨 찾는 ‘사랑방’처럼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박 의장은 의원들의 윤리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박 의장은 “서울시의회에 윤리특위가 상설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특위 활동대상은 여야를 막론한다. 의회 위상을 실추시키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5.31 지방선거에서 옥중 당선된 한 모 시의원에 대해서는 “현재 의정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에게 월급을 주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조만간 상급기관에 급여를 줘도 되는지를 공식적으로 질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련법에는 급여를 주게 돼 있지만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의원 겸직 문제와 관련, 박 의장은 “현재 겸직금지 조항으로 의원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사업에 관련된 상임위 활동을 할 수 없다. 건설업자는 건설위 활동을 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의원들 50% 정도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나, 점차 합리적인 방향으로 자신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익 기자ik11@siminilbo.co.kr
■ 그는 누구인가 ■
박주웅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된 이후 동대문구에서 구의원을 시작으로 의정활동을 해왔다.
동대문구의회에서는 운영위원장, 부위원장, 의장과 서울시 25개구 의장단협의회 회장직을 맡았고, 제5대 서울시의원으로 등원해 제6대 의회 전반기에는 운영위원장, 전국 16개 시·도운영위원장협의회 회장직을 맡아 시·도간 정보교류와 견문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후반기 부의장을 거쳐 제7대에서 의장에 취임했고 최근 선거를 통해 전국시도의회 의장협의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문은 두드리면 반드시 열린다.’
박 의장이 밝히는 개인 신조다.
또한 그는 여태까지의 삶을 통해서 자신의 신조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6대 시의회 당시 운영위원장, 부의장을 지내는 동안 의원 유급제 실현과 수도이전 반대 등 의회의 현안사항을 앞장서서 강력히 추진한 것도 자신의 이같은 확신이 작용한 덕분이다.
개인적으로 가끔 물불을 안 가리는 ‘다혈질’ 성향을 단점으로 여긴다는 그는 뒤 끝없는 소탈한 성품과 일에 매진하는 성실함이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한 일등공신이라며 스스로를 평가하기도.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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