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한나라당내에서는 가장 논리적이고 말을 잘하는 것 같다. 나이도 어린데 여유가 넘치고 노련하다. 보통 내공이 아니다. 수구꼴통도 아니다. 합리적이다. 한나라당은 대북 문제나 외교에 관련된 토론에는 반드시 홍정욱을 참가시켜라.”
인터넷 여론에 올라와 있는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에 대한 한 평가다.
그는 지난해 <시민일보>가 제정한 ‘제 7회 의정대상’을 수상하는 것을 비롯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그는 당내에서도 초선 의원답지 않은 중량감을 느끼게 한다. 당 지도부를 향해 쓴 소리를 할 때에는 거침이 없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최근 ‘홍정욱 의원이 세종시 수정안 문제와 사법부 때리기에 나선 당을 향해 질책할 때는 초선의원이 아니라, 마치 태산과도 같은 거인처럼 느껴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 국회에서의 활발한 의정활동, 당내에서의 소신 있는 목소리, 이런 점들이 ‘정치인 홍정욱’을 ‘매력 있는 정치인’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홍 의원을 만나 인터뷰 했다.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다.
- 언론은 홍 의원을 ‘초선의원답지 않다’고 긍정평가하고 있다. 뛰어난 의정활동과 당내에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낸다는 게 이런 긍정평가를 받게 하는 요인인 것 같은데...
▲ 처음에 국회에 들어올 때 많은 분들께서 어리고 미숙하기에 우려를 많이 하고 계셨던 것 같은데, 우려에 비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니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 저로서는 대단히 감사하고 송구스럽고, 동시에 많은 채찍이 되고 있다.
아무리 책임여당의 일원이라도 정부에 대한 칭찬, 협조보다는 정부에 대한 비판, 견제기능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소신 발언을 자주 표출하게 됐는데, 이런 점을 신선하게 봐주신 것 같다.
-당 지도부의 세종시 수정안 당론변경 공식화 문제로 당내 계파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그건 지도부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당의 구조적인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강제적인 (수정안)채택도 문제됐고, 대화와 소통 자체를 아예 차단하는 그런 방식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아주 치열한 토론과 협상을 거치되 의원의 소신과 양심에 맞는 자유투표로 가야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이다. 유불리를 따져서 투표를 하고 안하고를 결정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야당에게 주장해왔던 것과도 대치되는 방향이다.
우리가 야당에게 항상 폭력과 점거 대신 표결로 하자고 한 것처럼 우리 스스로도 그것을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도부가 강제 채택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해서 지도부 반대편에 있는 분들이 소통을 거부해서도 안 된다.
국가적 대사 현안들이 많기 때문에 토론과 표결을 거쳐서 하루속히 세종시 문제를 마무리 짓고, 다른 중요한 사안에 집중을 해야겠다.
- 홍 의원께서 최근 ‘관용의 정치’를 언급하셨는데, 그것이 현재 세종시 문제 등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분열의 정치’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는가.
▲ 어떤 선배에 의하면 ‘국회는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그대로 반영된 곳이다. 이렇게 싸우지 않으면 국민들이 자칫 거리에서 싸우게 된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그것은 일종의 자기합리화라고 생각하고, 저는 전혀 동감하지 않는다.
거리, 시장, 광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대립과 반목, 이것을 국회라는 장으로 옮겨와서 대신하고 재현하는 게 아니라 이러한 해법을 찾기 위한 토론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국회가 있는 것이다.
국민들을 대변해서 분노와 증오를 그대로 국회에서 표출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참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책임여당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항상 싸움은 51%만 이기는 것이 가장 훌륭한 승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많은 힘을 가진 이들이 두발 먼저 나오고 상대가 한발 나오길 기다리는 것이 관용의 정치를 자리 잡게 하는 첫 단추인데, 아직까지 우리가 하나 줄 테니 하나 내놔라 하는, 몸으로 하는 정치가 악순환 되고 있다.
-여당 소속 의원으로서 여당을 바라보았을 때, 어떤 점이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되는가. 또 야당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어떤 것인가.
▲ 국민이 우리에게 절대다수를 줬기 때문에 우리가 당연히 모든 사안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인식은 싸움으로밖에 끝날 수 없다. 더 많이 가진 자, 더 힘이 있는 자가 하나 더 양보한다는 생각으로 가야 지지자가 좀 답답할지라도 관용의 정치에 도달할 수 있다.
반대편 소수 야당의 입장에서는 소수의 야당, 적은 의원수로서 이것을 막아야하는 절박함이 있겠지만,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점거와 폭력으로 대안 없는 정치를 하기 때문에 지지층을 지킬지라도 재집권을 끝까지 도달하기에는 불가능하다.
여당은 관용의 정치, 야당은 대안의 정치 모습을 보여야 이것이 좌우 날개, 몸통이 튼튼한 사회가 될 수 있겠다. 지금은 날개만 크고 몸통이 아주 빈약한 후진적인 모습이다.
결국 선진정치라고 하는 것은 좌, 우 어느 쪽이 집권해도 국민들이 큰 불안 없이 정책의 노선변경이 있을 뿐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겠다.
지금은 상대편이 집권하면 마치 나라가 결단날 것처럼 국민들의 불안을 조성하는 후진적인 정치형태다.
-최근 사법부 때리기에 나선 당 지도부를 향해 비판발언을 하셨는데, 입법부 쪽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법개혁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하급심의 결정을 상급심이 뒤집고 형사소송의 결과를 민사소송이 뒤집는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국민과 사회의 혼란스러운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법원의 특정 단체가 마치 사법개혁의 핵심이고, 이 논란의 초점이라고 밀어붙이는 마녀사냥식의 개혁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법원에서도(우리 뿐 아니라 미국, 유럽도 마찬가지) 진보적, 보수적인 성향의 법관이 있기 마련이다.
대법원 스스로 사법개혁에 대한 많은 자구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일단 지켜보고 그 뒤에 우리가 국민 시선에서 판단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 이전에 개혁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명분이 있어야 한다. 사법개혁을 추구하는, 강요하는 주최로서 국회가 명분을 갖고 있는가.
국민이 바라보기엔 법원보다 국회가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국회가 법원개혁을 앞장서기 보다는 스스로 눈을 돌려 국회에 대한 자정립, 입법개혁에 노력하는 게 옳은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 국정원의 민간인사찰 등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민주주의가 후퇴됐다는 비판이 많은데, 어떻게 보는가. 또 국회가 정부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다.
▲ 여러 가지 해법, 정당제도의 문제점, 공천제도의 문제점, 헌법상의 문제점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적인 개혁보다는 인식의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눈에 여야가 홍위병과 계도자(啓導者)로 비치는 그런 모습, 무조건 정부정책을 옹호하는 편과 무조건 정부의 발목을 잡는 이 양축으로 국회가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후진적인 일이다.
국민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인식도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나라당이 두나라당 이라고 비판받고 있는데,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고 표결에 임할 수 있는 의원들의 인식이 필요하다.
정부예산이나 정부에 적극 협조하는 국회의 모습을 지켜볼 때, 때론 엇박자 내고 다른 소리를 내는 법원의 모습이 삼권분립 차원에서는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다.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국회를 설득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야당 공화당 의원연찬회를 가서 90분간 격정적인 토론을 나눴는데, 이것이 우리가 본받아야 되는 민주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비판도 서슴지 않지만 서로를 설득하기 위한 격정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처럼 우리 정부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우리 국회가 훨씬 더 까다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나라당은 몇몇 사안들에 대해 방향이 정해지면 ‘당론’이라는 이름 아래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는데, 당원의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보는가.
▲ 우리제도를 쉽게 표현하면 미국식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정당구조는 가까운 일본과 대단히 유사하다. 미국 정당은 중앙당이라고 볼 수 없다. 선거 때만 생겼다가 없어지는 그런 조직이다.
원내대표라는 것은 대표가 아니라 원내간사의 역할일 뿐이다.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전달하고,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엮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지금 우리 중앙당은 의원들을 통제하고 관리하고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당구조 자체에 큰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론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없어져야 한다. 의원들의 소신, 이념, 철학을 함께하는 의원들이 뭉친 결사체가 정당이기 때문에, 그 의원들 개개인의 의견이 표출되는 정당체제가 돼야지, 중앙에서 그 의견을 총괄해서 관리하고 통제하고 집행하는 것 모양 자체가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실상 300명의 의원들을 뽑을 필요 없다. 10명이면 충분하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최근 ‘연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것 같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홍 의원께서는 이보다 훨씬 먼저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셨다. 결과적으로 적중한 셈인데...
▲ 연초연말부터 미국과 중국 지인들, 특히 북한을 최근에 다녀온 지인들 전언에 의하면 북미대화, 재개의 전제로 남북정상회담까지도 할 의향이 있다고 의사를 밝혀왔다.
동시에 김정일 위원장이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가, 결단이 내려졌다는 긍정적인 말을 많이 접해왔다. ‘드디어 북한이 대화수순을 밟기 시작했구나, 이제 공이 우리 쪽으로 넘어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회담 시기인데, 북한의 사정을 보면 북미대화 시작으로 인해 최대한 빨리하는 것이 좋지만, 우리의 정치적인 캘린더(calendar)가 있고, 6월 이후 부터는 남한에서 선거정국이 시작되기 때문에 5월 정도가 적절하지 않나 하는 중론이 있다.
-정상회담을 위해 우리 정부가 가져야 할 자세는 뭐라고 보시는가.
▲ 이번 정상회담은 북미대화 재개의 전제로 시작된 것이지 그동안 남한 정부의 정책성과로 보기 어렵다. 우리가 압박해서 그들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오만은 금물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비핵개발 3000’이라는 강경한 정책을, 비핵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간편한 정책을 써왔다.
이제는 북한이 북미대화가 재개되면서 비핵까지도 할 수 있다는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면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때, 남북원조, 인도적지원 등 다양한 로드맵, 청사진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티 지진발생 직후 지역 당원들의 성금을 모아 구호금을 전달했다고 들었다. 어떤 생각에서 성금을 모금하게 됐는가. 또 이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제가 외통위원으로 있으면서,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명예홍보대사로 맡고 있으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 잘 사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세계에서 존경받는 대한민국으로 만드는 것인데,
우리 정부도 존경받는 국가를 만들겠다,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하면서도 정작 아이티 사태가 터졌을 때 남들보다 119 파견도 훨씬 늦었고, 성금도 백만불(집 한 채 값도 안 되는)로 발표했다가 나중에 천만불로 수정하는 사실상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우리의 경제적인, 군사적인 위상에 비해 아직 국민이나 정부 인식이 존경받는 수준으로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가 지역을 맡고 있는 상계동은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지만, 낙후되었다라고 인식되고 있는 지역이다.
상계동 주변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인류 차원에서 지구 반대쪽에 손을 내밀 수 있다면 잘 사는 동네는 아니지만, 존경받는 동네로 커갈 수 있는데 큰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당원들에게 제안을 한 것.
그런데 이틀 사이에 1904만원이 모였다. 엄청난 결과에 큰 희망과 감동을 느꼈다. 제 돈을 조금 보태서 기부를 했다.
물론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인류가 예측하기 힘든 수많은 재앙들이 앞으로 닥쳐오겠지만, 그러나 그것은 하늘의 몫으로 놔둘 지라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는 다해야겠다.
그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가.
반드시 재해관련은 아니겠지만 지난 1년, 2년 동안 제가 가장 포커스를 둔 것이 위기관리 쪽이다.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대응 매뉴얼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질타를 했었고, 지난해 매뉴얼을 전면 수정하는 성과를 거뒀다.
수십개의 위기대응 매뉴얼이 있겠지만 항상 업데이트, 항상 분석해서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그런 정부의 책임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양극화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 이 시점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항상 국가의 비전, 국민의 비전이 일맥상통하는데 있었다.
산업화라는 국가의 비전은 나도 잘 살 수 있다는 국민의 비전으로 이어졌고, 민주화라는 국가사회의 비전은 나도 이제 조금 인간답게 권리를 누리며 잘 살 수 있다는 국민의 체감도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우리 국가의 비전, 국민의 비전을 잇는 다리가 끊어졌다.
국가는 세계 10위권 엄청난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지만 나는 내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기 힘들고, 열심히 일해도 집 한 채 마련하기 힘들고, 노후가 보장될 지 상당히 불안해하고, 어느 순간 선진화라는 것이 과연 나에 대해 어떤 의미인가 모호하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아졌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날개의 그늘이 더욱 커졌다.
존경받는 국가로 만들기 위해 만들겠다는 것은 시대비전을 생각하며 국회에 들어왔는데, 그것은 단순히 국제에서 존경받는 것 뿐 아니라 국민으로부터도 존경받을 수 있는 국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교육, 복지는 추진력과 지탱력을 가진 진보적인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사진설명=홍정욱 의원이 1일 <시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당은 관용의 정치, 야당은 대안의 정치 모습을 보여야 좌우 날개, 몸통이 튼튼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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