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vs KIA 타이거즈, 잘 지는 팀이 마지막에 웃는다

서문영 / issue@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9-23 10: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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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잘 지는 팀이 결국 마지막에 웃는다.

91승 3무 50패. 지난해 우승팀 두산베어스의 정규시즌 성적이다. 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판타스틱 4에 김재환, 박건우, 에반스, 민병헌, 양의지로 이어지는 핵타선. 말 그대로 완벽하게 리그를 지배한 시즌이었다. 그렇지만 패배 횟수도 50번이나 된다.

리그를 지배한 시즌에도 3번 중 한 번은 진다. 최하위 kt wiz도 53승을 거뒀다. 꼴찌 수모를 겪은 시즌이라도 세 번 중 한 번은 이긴다. 1위도 꼴찌도 최소 48경기는 이기고 48경기는 진다. 1위의 영광과 꼴찌의 수모를 가리는 것은 나머지 48경기다. 오해도 이 법칙은 깨지지 않았다.

1위 KIA는 이미 53번 졌고 연속 최하위자리를 예약한 kt도 이미 48번 이겼다. 페넌트레이스는 6개월 144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이며 3분의 1인 48경기를 질 때 잘 져서 나머지 96경기의 승률을 높이는 레이스다. 그래서 시즌 중반까지의 패배는 그 패배 자체보다 그 패배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

올 시즌 초반과 마무리를 목전에 둔 지금,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엇갈린 희비쌍곡선은 이런 사실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다.

개막 6연승 LG, 개막 6연패 SK. 지금 그들은?
LG트윈스는 9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1대2로 패배했다. 65승 3무 66패. 최후로 보루로 여겨지던 5할이 무너졌다. 최근 10경기 3승 7패. 시즌 개막 직후와 너무나 다른 분위기다.

트윈스는 올 시즌 개막과 함게 6연승 신바람을 불었다. 팬들은 열광했고 기자들을 앞 다퉈 LG가 ‘23년만의 우승’에 도전한다는 기사를 송고했다. 지난해 막판 상승세로 4위를 차지한 뒤 와일드카드전에서 KIA 타이거즈를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연파하고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선전한 LG가 90년대 초반 골든 제너레이션을 재현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이에 반해 외국인 사령탑을 내정하고 올 시즌 2000년 후반 영광을 재현하려 한 SK 와이번스의 초반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개막 6연패. 믿을 수 없는 성적이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좀처럼 KBO 첫 승을 거두지 못했다. 힐만이 KBO에 적응하는데 올 시즌을 모두 쓸지도 모른다거나 SK의 암흑기가 생각보다 오래 갈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졌다.

하지만 LG의 5할 승률마저 무너진 9월 20일 SK는 선두 KIA를 4대3 한 점 차로 물리치고 5위 자리를 굳혔다. 시즌 막판 그들은 최강팀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선두 다툼 중인 KIA와 두산 모두 최근 SK와의 두 경기를 모두 내줬다.

현재 SK와 LG의 승차는 3.5게임. 남은 경기 수와 최근 흐름을 고려할 때 극복하지 쉽지 않은 차이다. 한 게임 안에도 흐름이 몇 번이나 바뀌는 게 야구다. LG는 초반 상승세를 유지하며 가장 중요한 작업, 즉 7월부터의 승부에서 견뎌낼 팀 조직력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6개월 중 4월 초 컨디션이 가장 좋은 팀이 가을 야구를 할 확률은 높지 않다.

48경기를 잘 지는 팀이 가을에 웃는다
9월 21일 현재 선두 KIA 타이거즈를 1.5 게임차로 뒤쫓고 있는 두산베어스는 장기레이스 팀 운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더욱 잘 보여준다. 올스타브레이크 시점에서 두산은 42승 1무 39패로 KIA에 13게임, 당시 2위 NC 다이노스에도 8게임을 뒤지고 있었다.

승패마진이 +3에 불과해 가을 야구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확실하지 않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팀이 지난해 최강 전력으로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며 후반기 대반격을 예고했고 그 말은 맞아떨어졌다. 80승 3무 55패, 후반기 38승 2무 16패의 엄청난 상승세다.

전반기 39번 패배 속에서도 당장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후반기 전력을 당겨쓰지 않은 것이 반전을 가져온 핵심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같은 1패라도 어떻게 지느냐에 따라 그 팀의 한 해 농사가 결정된다.

서서히 전력을 끌어올려 한국시리즈에 최강전력을 구성하는 게 모든 팀이 목표라고 볼 때 초반 순위에 집착하다가 문제점을 발견할 기회를 놓치는 것은 장기레이스에서는 독 중의 독이다. 48경기를 잘 지는 팀이 가을에 웃는 곳, 바로 KBO 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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